망 중립성이란?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용 전가.

 

 

'망 중립성'이라는 단어와 함께 통신사와 IT업체들의 다툼에 대한 기사를 종종 접합니다. '망 중립성'은 무엇이며 통신사와 IT업체들은 왜 다투는 것일까요?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란 "모든 이용자는 데이터 트래픽의 종류에 상관 없이 평등하다."는 인터넷 규범입니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 및 접근이 가능한 '공공재'로 받아들였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통신사에 인터넷 요금은 내야하겠지만 인터넷 그 자체는 차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인터넷망 사업 '스타링크'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보망을 차단하고 선전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통신시설을 우선적으로 파괴했지만, '도지아빠' 일론 머스크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눈과 귀를 열어줘 그들이 전쟁을 버텨내는데에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결국 인터넷은 어느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나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터넷의 공공재' 개념을 실천한 것입니다.

 

 

국내 통신 3사

 

 

하지만 인터넷은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통신을 설비하는 통신사가 필요하고 이용자는 그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에 완전한 공공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수익이 되지 않는다면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질거고  우리는 현재 5G는커녕 2G시대에 살고 있을테니까 말이에요.

 

어느 수준까지는 인터넷 설비 투자와 인터넷 이용간 균형이 맞았지만,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OTT업체(넷플릭스, 유튜브 등)와 다국적 IT기업(구글, 애플 등)들이 탄생하면서 그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제공 업체 판도라tv(좌), 아프리카티비(우)

 

 

텍스트, 사진이 전부였던 인터넷에 동영상이 등장하고 동영상의 화질은 점점 좋아졌습니다.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인터넷 요금은 큰 변함이 없었지만 회선의 부하가 심해지면서 통신사들의 유지보수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통신사들은 그 비용을 이용자들이 아닌 서비스 제공 업체들에게 부과하게 되는데요. 이 비용이 바로 '망 사용료' 입니다.

 

'망 사용료'에 가장 큰 영향은 받은 것은 바로 동영상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었습니다. 00년대 인터넷 붐이 일어나며 고속 성장을 이어나가던 '판도라tv'는 망사용료 부담에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결국 몰락하게 됩니다. '아프리카tv'는 화질 등 서비스 개선을 하지 못하고 극악의 '별풍선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악덕기업(?) 취급을 받게 됩니다.

 

 

구글과 트위치tv 그리고 넷플릭스

 

 

우리나라는 이렇듯 망 사용료를 받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망 중립성'을 지키며 망 사용료를 받고있지 않습니다. 다국적 IT기업들이 미국 등 서구권에서 많이 탄생한 것은 망 사용료 부담이 없어 시장 진입이 쉬웠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게 몸집을 불린 다국적 IT기업들은 '없어서는 안될 서비스'로 무장해 우리나라에 진출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발생시키지만 국내 통신사들에게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통신사들의 부담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이들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IT기업들의 상대적 불이익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망을 제공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통신사 입장에서 "ㅇ통신사는 넷플릭스가 안된대", "ㅁ통신사는 구글도 안된대"라는 소문은 곧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절대 있을 수 없는 판단입니다.

 

 

 

 

망 중립성을 지켜 망 사용료를 받지 않을 경우, 통신사의 유지보수비용 증가로 인프라 구축과 기술 발전의 저하가 일어납니다. 반대로 망 중립성을 버리고 망 사용료를 받을 경우 IT 발전이 더뎌지고 새로운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집니다. 더해서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수수료"로 대표되는 이용자의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망 중립성 논란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습니다. 어느 한 판단에 따른 반사효과가 너무 확연하기에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불똥(?) 튀지 않고 기업들이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